검은 옷은 먼지 붙으면 티 많이 난다고 엄마가 늘 따로 빨라 했는데, 주말에 검은 후드랑 조거팬츠만 딱 모으니까 세탁기 한 통이 나옴.

색깔 분리 완벽, 지퍼 잠금 완벽, 세제 정량 완벽.

나는 드디어 생활력 만렙 성인이 됐다고 생각하면서 표준 코스 눌러놓고 라면 먹으러 감.

한 시간 뒤에 세탁 종료 멜로디가 들려서 문을 열었는데, 드럼 안이 이상하게 하얗게 반짝임.

처음엔 세제 거품이 덜 빠졌나 싶었음.

근데 검은 후드 한 장을 잡아당기는 순간 하얀 종잇가루가 후두두두 떨어지면서 바닥에 첫눈이 내림 ㅋㅋㅋㅋㅋㅋ

검은 빨래에 흰 휴지 조각이 잔뜩 붙은 세탁기 내부 창작 재현 사진
▲ 문 여는 순간 공개된 7월 한정 블랙 후드 눈꽃 컬렉션 12벌

범인을 찾으려고 주머니를 뒤지다가 후드 안쪽에서 비닐 포장만 살아남은 휴지 뭉치를 발견함.

며칠 전에 감기 걸렸을 때 주머니에 넣어둔 여행용 티슈 한 팩을 그대로 돌린 거였음.

한 장도 아니고 70매짜리가 세탁기 안에서 완전 해체돼서 모든 옷에 균등 배급됨.

세탁기는 차별이 없었다. 양말, 바지, 후드, 수건까지 전부 눈 내린 설산으로 만들어놨음.

🤣 찐반응: 검은 옷끼리 분리 세탁한 결과: 흰 휴지가 가장 잘 보이는 옷만 엄선해서 한 통 가득 준비 완료 ㅋㅋㅋㅋ

인터넷 검색하니까 건조기에 돌리면 필터가 잡아준다는 글이 보여서 그대로 따라 함.

30분 뒤 건조기 필터를 열었더니 압축 휴지 벽돌이 한 장 완성돼 있었고 옷에는 여전히 절반이 붙어있음.

이번엔 빨래를 하나씩 털었는데 베란다 전체가 제설 작업장처럼 변함. 청소기 돌리면 종이가 공중으로 날고, 물걸레질하면 바닥에 흰 죽이 생기고, 손으로 떼면 손톱 밑에 들어감.

휴지 조각이 붙은 검은 빨래와 가득 찬 돌돌이를 촬영한 창작 재현 사진
▲ 돌돌이 새 제품 하나가 바지 두 장 만에 백발노인 됨

결국 거실 바닥에 옷 12벌을 펴놓고 돌돌이로 앞면 한 번, 뒷면 한 번, 소매 안쪽까지 밀었음.

리필 테이프 네 통을 썼는데 마지막 후드는 포기하고 다시 세탁기에 넣음.

이번에는 주머니를 다 뒤집고 돌렸더니 휴지는 빠졌는데, 첫 세탁 때 같이 들어간 영수증 잉크가 번져서 가슴팍에 정체불명의 회색 문신이 생김 ㅋㅋㅋㅋ

토요일 오후를 빨래 한 통에 통째로 반납하고 나서 현관에 작은 바구니를 하나 놔뒀다.

집에 들어오면 주머니 속 휴지, 영수증, 동전부터 전부 거기에 털어놓는 용도임.

웃긴 건 다음 날 출근해서 의자에 앉는 순간 후드 안쪽에 숨어 있던 종잇가루가 등 뒤에서 또 우수수 떨어진 거임. 옆자리 직원이 "오늘 눈 맞고 오셨어요?"라고 물어서 7월인데 그렇다고 함. 회의실 검은 의자에도 하얀 사람 모양이 그대로 찍힘.

이제 세탁기 버튼 누르기 전에 주머니를 세 번 확인한다. 흰옷에 검은 양말 들어가는 건 사고지만, 검은 옷에 휴지 70장은 계절을 바꾼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