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키우면서 털 때문에 매일 청소기 돌리기 귀찮아서 큰맘 먹고 로봇청소기를 샀음.
아침 10시마다 자동으로 거실 한 바퀴 돌고 충전기로 복귀하게 예약해놨는데, 이게 진짜 신세계더라.
퇴근할 때마다 앱에 [청소 완료 / 42분 / 46㎡] 뜨는 거 보면 집안일 하나 정복한 기분이라 괜히 뿌듯했음.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점심 먹는데 평소보다 청소 시간이 유독 길게 찍히는 거임.
42분이면 끝나던 놈이 1시간 18분째 거실에서 길을 잃고 빙빙 돌고 있었음.
지도도 정상적인 지그재그가 아니라 하트, 달팽이, 한반도 비슷한 괴상한 선을 그리고 있길래 업데이트 오류인가 하고 그냥 넘김.
그때 멈췄어야 했다.
퇴근하고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데 문틈에서 정체불명의 냄새가 새어 나옴.
문을 여는 순간 거실 바닥에 갈색 선이 놀이공원 레일처럼 겹겹이 그려져 있었고, 범인은 가운데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윙윙거리며 마지막 구역을 닦고 있었음 ㅋㅋㅋㅋㅋㅋ
새벽에 고양이가 화장실 앞에 사고를 쳤는데 로봇청소기가 그걸 장애물이 아니라 오늘의 특선 먼지로 판단한 거였음.
🤣 찐반응: 자동화의 정의: 내가 없는 동안 기계가 스스로 일을 끝내는 것. 단, 무슨 일을 끝내는지는 아무도 모름 🤖
급하게 정지 버튼 눌렀더니 얘가 마지막 자존심까지 챙기겠다고 충전기로 복귀함.
그 짧은 귀가 동선에도 바닥에 굵은 한 줄을 더 남기고, 충전 단자 앞에서 당당하게 청소 완료 멜로디를 울림 ㅋㅋㅋㅋ
나는 마스크 두 장 끼고 물티슈 한 통, 소독제 반 병, 주방세제까지 들고 바닥에 엎드려서 로봇이 그린 현대미술을 지우기 시작함.
진짜 문제는 바닥이 아니라 본체였음.
바퀴 톱니, 회전솔, 먼지통 뚜껑 안쪽까지 아주 공평하게 들어가 있어서 면봉으로 홈 하나씩 파내는데 두 시간 걸림.
물을 확 부으면 기판 나간다길래 칫솔이랑 소독용 티슈로 수작업함. 70만원짜리 자동청소기를 사서 내가 청소기 발바닥을 목욕시키고 있는 장면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중간부터 웃음만 나옴 ㅋㅋㅋㅋ
새벽 1시에 겨우 끝내고 앱 예약부터 꺼버림.
다음 날 로봇청소기는 아무것도 기억 못 한 얼굴로 충전기 위에 얌전히 앉아 있었고, 고양이는 깨끗해진 거실 한가운데 누워서 나를 한심하게 쳐다봄.
소독제 냄새 빼려고 창문 열어놓고 출근했는데 그날 저녁엔 미세먼지까지 집 안에 가득 들어와서 결국 일반 청소기로 한 번 더 밀었다. 자동청소기 한 번 돌리고 내가 바닥 청소 두 번, 기계 청소 한 번, 환기 후 먼지 청소 한 번까지 총 네 번 일함.
이제 청소 버튼은 집에 사람 있을 때만 누른다. 우리 집 최첨단 스마트홈의 마지막 안전장치는 결국 나였음 ㅋㅋㅋㅋㅋ